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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마마의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2, 3편- 송희구

by 열공마마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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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제목이 워낙 유명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소설책에 크게 흥미를 갖지 못해 읽을 생각을 안 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책을 추천해 주었다. 총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시리즈는 내가 가지고 있던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주었다. 

 

 1편은 김 부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회사에 20년이 넘는 세월과 젊음을 받쳐 일한 김 부장은 휴가와 연차를 써도 회사에 출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김 부장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을 위한 소비도 아끼지 않는다. 권위의식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사는 김 부장은 회사 임원을 꿈꾸지만 현실은 공장으로 가게 되고 마침내 희망퇴직을 권고받게 된다.

 

  반면에 오래된 차를 끌고 다니며 회식은 점심회식만 하고 팀원들을 대등하게 대우하는 최부장은 상무와 직원들에게 인정 받아 김 부장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김 부장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최 부장이 자신보다 훨씬 비싸고 좋은 아파트에 자가로 살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한 순간에 퇴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김 부장은 조급한 마음에 분양하는 사람의 말에 넘어가게 된다. 3억 할인을 받아 퇴직금에 대출금을 더해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게 된다. 하지만 김 부장의 기대와 달리 지하철은 더 멀리 들어오고, 주위 상가가 많아 임대도 놓기가 어려워진다. 그제야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한다. 

 

  공황장애가 시작된 김 부장은 아내가 끌고 간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김 부장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 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만 생각하고 살았던 김 부장이 자신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처음으로 나에게 초점을 맞춰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앞으로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자신이 처한 현실과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김 부장은 친형의 정비소 일을 돕다가 옆에 손세차를 시작한다. 손님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회사 밖 세상으로 나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2.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 정 대리, 권 사원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 정 대리, 권 사원 편

 

 

  20~30대의 공통 관심사이자 고민거리인 연애, 결혼,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정 대리와 권 사원에게 초점을 맞춰서 김 부장 이야기 2편을 이어간다. 

 

  지방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 발령으로 강남으로 이사를 오게 된 정 대리는 그 때부터 부자 친구들이 부러웠다. 회사 생활을 하는 지금도 부자 친구들의 SNS를 보며 부자 흉내를 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중고로 산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서 할부로 명품을 사고 미슐랭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일상이다. 그렇게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돈을 쓰고 또 쓴다. 정 대리의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다. 만나면 각자의 핸드폰을 하기 바쁘다.

 

  모아 놓은 돈도 없이 부모님께 1억을 받아 두 사람은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 제주도에서 프로포즈를 받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정대리는 신라호텔 오션뷰를 예약하고 오픈카도 렌트한다. 프러포즈부터 결혼준비 비용으로 4천만 원가량을 써 버리고 나머지 6천만 원으로 신혼집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정 대리의 부자 친구가 살고 있는 한강뷰 아파트를 여자친구가 살고 싶어한다. 전세가 20억 인 것을 알고 포기하면서 점점 서울과 멀어진 집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회사에서 거리가 멀더라도 보증금이 싼 월세로 신혼집을 마련해 종잣돈을 모아 집을 매매하라는 송 과장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정 대리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전세로 신혼집을 구한다. 

 

  집은 전셋집이지만 가전은 백화점에서 300만원 할인받아 2200만 원을 12개월 할부로 구입하고, 900만 원짜리 소파는 200만 원 할인받아 700만 원에 구입한다. 총 500만 원을 할인받았다며 서로 알뜰하게 쇼핑했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정 대리는 부인과 함께 킥보드를 타다 사고가 난다. 정 대리는 다리가 골절되고 아내는 뇌 수술을 두 번이나 받게 된다. 10년 직장생활을 했어도 비상금이 없는 정 대리는 3000만원의 수술비와 입원비를 해결하기 위해 정 대리가 애지중지하던 수입차를 처분하게 된다. 

 

  월급을 받아도 통장에 인증샷만 남기고 지나갈 뿐 카드정지까지 당하게 된 정 대리는 부인과 갈등까지 겪게 된다. 부인이 집을 나가게 되고 20평대에서 18평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그동안 사 왔던 명품들을 중고로 처리하며 허탈감을 느낀다.

 


 

 

  비슷한 시기 결혼을 준비하던 권 사원은 3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 경제 관념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게 된다.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는 아직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고 모든 것을 부모님께 알린다. 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는 200만 원씩 쓰면서 권 사원과 외식을 할 때는 분식집만 데려간다.

 

  권 사원은 송 과장에게 신혼집을 얻는 것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권 사원은 내집을 가지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집 값이 떨어질 거라며 그와 관련된 유튜버들을 지지하며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진지한 대화 조차 할 수 없는 남자친구를 미래 배우자의 모습에 두고 생각하게 된다. '이 결혼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권 사원은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김 부장 팀에서 일하던 권 사원은 회사 생활에도 회의감이 들고 있었다. 그 때 김 부장 자리에 최 부장이 오게 되고 팀의 분위기는 정말 달라지게 되면서 권 사원의 회사 생활은 다시 활기를 찾게 된다. 회사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회사 일에 매진하지만 결국 승진은 못하게 된다.

 

  권 사원은 혼자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마련하고, 전에 꿈꿨던 대학원 진학을 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한다.

 

 


 

 

 

2편에서 정 대리에게 해준 송 과장의 인상 깊은 대화 내용이다.

 

  "응, 계속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뭔가 더 파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야. 회사에서 인재로서 인정 받아 연봉을 올리든지, 아니면 회사 밖에서 지속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봐. 하다 보면 몸이 힘들다기보다는 귀찮음이 더 클 텐데 그 귀찮음을 이겨내는 게 열쇠라고 봐. 몸이 힘들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힘든 거거든."

 

  "귀찮음을 이겨낸다라...... 저 귀찮은 거 진짜 싫어하는데......"

 

  "더 중요한 건 시작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더라고. 정 대리가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계에서 하고 안 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크게 벌어져 있을 거야. 그 또한 정 대리의 선택이지. 정 대리가 잘할 수 있는 게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즐거울 것 같은 거 하나만, 딱 하나만 골라서 해봐. 투자는 분산투자를 할지라도 인생은 분산투자하지 말자. 우리."

 

  정 대리는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다.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 정 대리, 권 사원 편 중 p.346

 

 

 


 

3.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마지막 3편은 송 과장 편으로 송희구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생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며 의욕없는 나날을 보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마저 이틀 만에 일을 못해 잘리고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책상 서랍에 부모님께 유서를 남기고 아버지 차키를 들고나간다. 자살 시도를 하지만 자동차 사고를 내게 된다.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자신이 ADHD 질환을 가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를 스스로 다시 시작한다. 재즈바에서 연주 할 기회를 얻게 되고 무대에서 연주하면서 송 과장은 점점 자신감을 얻고 자신 스스로를 치료하게 된다.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고 지금의 대기업으로 이직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부터 열심히 공장 일을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토지로 60억 보상을 받게 된 아버지의 옛 친구분을 보고 송 과장은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아버지가 평생 일해도 모을 수 없을 것 같은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송 과장은 목표가 생겼다. '60억 보상받기'.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했다.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더 많이 성실하게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전에 끼니는 3000원짜리 참치마요와 물 세 컵으로 해결했다.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최소한의 소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공부에 관련된 책은 구입해서 보고 또 봤다. 

 

  처음 토지를 매수하기 위해 근처 부동산을 다니며 책에서 얻지 못한 것을 현장에서 배우게 된다. 부동산 사장님과 나누는 대화 대목이 흥미롭다. 토지 매매를 통해 부동산에 경험을 쌓으며 많은 것을 배워간다. 

 

  송 과장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의사 선생님의 레지던트 후배와 결혼하게 된다. 재즈바에서의 첫 만남에 반한 송 과장은 양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애 9개월만에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송 과장은 내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 매매에 관심을 갖게 된다. 토지에서 아파트로 넘어가 부동산에 대한 내용을 어렵지 않고 쉽게 풀어나가서 책이 술술 읽혔다.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침 첫 지하철을 타고 책을 보며 회사에 출근하는 송 과장.

  회사 문을 열며 '오늘도 난 꽤 괜찮은 놈이다.'라고 스스로 칭찬하며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근면 성실함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자신의 우물 안에서 기어 나와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개척해 나가는 송 과장의 모습이 작은 거인처럼 느껴졌다.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을 그렇게 만든 수많은 시간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김 부장이나 정 대리처럼 체면과 남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에 초점을 두고 살았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며 내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었던 것 같다. 권 사원과 송 과장처럼 나도 나에게 묻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책은 우리 현실이야기다. 어디에나 김 부장, 정 대리, 권 사원이 있고 송 과장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송 과장 같은 사람은 많지 않다. 지하철 새벽 첫 차를 타는 사람이 대다수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뭔가를 이루는 사람, 부자가 되는 사람은 많지가 않나 보다. 

 

  송 과장이 정 대리에게 했던 말에 너무 공감이 갔다. 몸이 힘든게 아니고 마음이 힘든 거라고. 귀찮음을 이겨내야 한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자신에게는 분산투자 하지 말자는 송 과장의 말들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정 대리가 아닌 나한테 해 주는 말 같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에 나오는 김 부장, 정 대리, 권 사원 그리고 송 과장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 칠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소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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